두 개의 직방형 매스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위 건축은 몽고매리의 소설인 빨강머리 앤의 집을 모티브로 완성됐다. 클라이언트는 유년시절부터 초록색 지붕과 창문을 가진 앤의 집을 꿈꿔왔다. 모쿠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로망을 실현하기에 앞서 앤의 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ㄱ자 평면에 박공지붕을 한 소설속 집과 달리, Sisoo House는 남쪽으로 난 마당과의 관계성을 고려해 150도의 엇각을 갖는 평면을 보여준다. 좁은 면적의 건축은 크게 두 가지의 관계성에 의해 성립된다. 첫째는 토지와 건물의 배치 관계다. 이 관계에 따라 외부의 환경이 결정되며 내부의 공간에 있어서도 다양한 스케일의 변화와 아이디어가 발견된다. 두 번째로는 가구와 공간의 관계다. 여기서 ‘가구’는 가구 본래의 의미보다는 건축적 요소로 다가온다. 장롱 및 침대, 소파 등의 가구들은 각 공간의 크기와 형태를 확정 짓고 그 단위들로 전체를 이루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아파트에서 사용해오던 클라이언트의 가구들은 아파트가 가지는 공간 단위에 적합한 사이즈로 다소 협소한 단독주택과는 맞지 않았다. 17평 남짓의 건축면적으로 부부와 남자아이 둘의 4인 가족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각 공간의 연결과 연속성 및 빛의 유입 등으로 비교적 좁은 공간에 감각적인 넓이감을 확보해야 했다. 따라서 전체보다는 기능을 달리하는 부분적인 공간들의 연결 관계에 집중했으며, 전체의 큰 질서가 아닌 부분과 부분의 사이에 움직이는 작은 질서들을 정립해 나갔다.
현관에 들어와 만나는 1층 공간은 메인 출입문을 제외한 또 한 개의 출입문을 배치해 내부와 외부를 이어주는 자유로운 동선을 확보했다. 높이 8.8m의 오픈형 계단은 두 매스의 중첩과 함께 150도의 엇각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각도의 조형적 요소로 인해 벽체와 천장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며 공간의 고밀도를 해소한다. 부부침실과 아이 방 두 개가 배치된 2층은 현재는 어린아이들을 배려해 각 공간의 개방성과 크기를 확보함과 동시에 훗날에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생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동성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다소 협소한 아이 방의 경우, 바닥 면적을 상하로 분리해 3층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아이 방과 계단실로부터 연결되는 3층은 바닥 수납가구를 이용해 부족한 수납공간과 개인 작업공간을 확보했다. 부분적인 요소가 모여 전체를 이루는 House “Sisoo”는 아이들에게는 공간 전체가 연속되는 정글짐과 같은 놀이터로, 클라이언트에게는 어릴 적 꿈을 간직할 수 있는 라이프하우스로 완성됐다.
기사 고민주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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